[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많은 기자를 만나야 하는 자리. 특히나 자신의 첫 영화이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작 개봉인 만큼 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인지 낯가림이 많은 안효섭은 이번에도 조금은 얼어있는 눈치였지만, 그럼에도 모든 질문에 진정성 있게, 또 진중함을 담아 대답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안효섭에 집중하게 되는 힘이 느껴졌다. 일례로 안효섭이 대답을 하던 중 '건축학개론'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힌트가 될 부분을 언급하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건축학개론'을 외쳤다. 또 조정석이 연기한 캐릭터 '납득이'도 함께 맞혀 잠시 큰 웃음이 터졌다. 마치 스무고개를 하는 느낌. 깜짝 놀랄만하다거나 엄청 새롭거나 하는 내용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진심으로 연기, 작품을 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오롯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심장이 끓어오르는" 작품을 만났고, 앞으로도 그런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겠다는 그의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이미 결과로 증명했기 때문이기도 할 터. 그래서 더 기대되고 보고 싶어진다. 안효섭이 언젠가 보여줄 코미디,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될 안효섭의 새로운 얼굴과 매력을.
23일 개봉된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로,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안효섭과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최영준, 박호산, 정성일 등이 출연했다.
![배우 안효섭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프레젠트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64483719de1f84.jpg)
안효섭은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멸살법)으로 위로받던 학창 시절을 지나 평범한 직장인이 된 김독자 역을 맡았다. 그는 10년 넘게 이어지던 소설 연재가 끝나던 날, 주인공 유중혁이 홀로 살아남는 결말에 크게 실망한다. 그때 소설이 현실이 되고, 독자는 혼자만 살아남는 결말이 아닌,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아 이 소설의 결말을 바꾸기로 한다.
'사내맞선', '낭만닥터 김사부 2, 3', '홍천기', '너의 시간 속으로' 등 드라마 흥행을 이끌며 큰 사랑을 받았던 안효섭은 '전지적 독자 시점'을 자신의 첫 영화로 선택해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그는 현실이 되어버린 소설 속 세계에서 스스로를 증명해 가는 김독자의 깊은 눈빛과 밀도 있는 감정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와 더불어 안효섭은 전 세계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진우 역으로 목소리 연기까지 도전, 글로벌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다음은 안효섭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블루스크린 연기는 어땠나? 현타가 오지는 않았나?
"당연히 있었다. 웃기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러면 안 된다고 반성했다. 내가 믿지 못하면 관객을 어떻게 설득시키나 싶어서 '내가 제일 믿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하면서 몰입해 나갔다. 그래서 초반에만 그러고 나중엔 집중했다. 비형과 얘기할 때는 막대기에 단 동그란 공을 보면서 했다. 쫄쫄이 의상 입은 분들이 해주시기도 했는데, 실제로 연기를 다 해주셨다. 비형은 현장에서 조연출님이 끝까지 목소리를 해주셨다. 잘 어울렸다. 그래서 조연출님 목소리를 그대로 쓰면 안 되냐고 하기도 했다."
- 괴수와 싸우는 장면에선 어땠나?
"배우만 연기를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서로 잘해야 한다. 괴수의 껍질이 딱딱한지, 물렁물렁한지, 꾹 눌러야 하는 것인지, 쳤을 때 튕겨 나가는지, 이런 상상을 하면서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배우 안효섭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프레젠트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f2d29473a285dd.jpg)
- 김독자와 유중혁의 관계도 단순하지 않다. 이런 관계성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독자에게 유중혁은 우상이고 영웅이다. 재미있는 지점이 유중혁 역할을 마침 이민호 선배가 했다. 제가 학생 때 형의 작품을 보면서 컸다. 제겐 형이 연예인이다. 김독자에게 유중혁이 그랬다. 그래서 편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 유중혁은 독자가 상상한 인물이 아니다. 냉소적이고, 모두에게 힘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독식하고 혼자 살아나려 하는 것에 실망한다. 그런 지점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워한다. 퀘스트를 깨면서 인간성에 대해 깨닫게 되는데, 유중혁은 김독자에게 테스트를 하면서 계속 혼란을 준다."
- 동호대교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판타지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주얼에서도 압도적이다. 이민호 배우와 연기할 때 어땠나?
"만나는 신을 재미있게 봤는데, 연기할 때도 재미있었다. 형이 키가 크다 보니, 눈높이가 맞는 배우와의 대립감이 좋았다. 실제로도 쭈글거렸다. 제가 한참 후배이기도 하고 형이 편하게 대해주는 것이 연기할 때 좋았다. 하지만 김독자는 유중혁을 어려워해야 한다. 자신만만하게 하려고 하지만 뻗대는 것뿐이다. 그게 실제로도 연기할 때 잘 살았던 것 같다."
-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다 자기만의 위치에서 훌륭한 작업을 했던 배우들이다. 믿고 맡기면 되는 큰 산 같았다. 자기 몫을 정확하게 알고 해내는 것을 보고 경이로웠다. 힘든 신 찍고 오면 '수고했다'라는 격려를 해주는 사이다. 은성이도 어리긴 하지만 잘 따라와 줬고 투정 없이 성실하게 해줬다. 또 처음부터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그런 벽이 있는 상태가 도움이 됐다. 실제 저희 관계도 친해지면서 팀이 되는 과정이었다."
- 감독님과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잡아간 것 같은데 원래 이렇게 세세하게 대화를 나누는 타입인가?
"원래 이런 스타일이다. 저는 드라마만 했고 영화가 처음이다. 두 시간을 채우기 위해 6개월 동안 섬세하게 할애하는 시스템이 감격스러웠다.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모두가 한 컷을 만들려고 머리를 모아 노력하는 것이 저에겐 달가웠다. 그 현장이 너무 잘 맞았고, 영화에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 감독님은 어떤 반응이었나?
"그 지점이 잘 맞았다. 감독님이 집요하시다. 이런 섬세한 것까지 터치해주시는 것이 너무 좋았다. 제가 질문이 많았다. 뭐만 하면 다 물어봤는데, 감독님이 진심으로 소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의 독자는 어떤 상태일까'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지금쯤이면 자신만만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지금쯤이면 동료들에게 달려가서 구할 수 있을까?'부터 '표정을 어떻게 지을까'까지, 그런 얘기가 많았다."
- 데뷔한 지 10년이 됐는데 왜 영화는 처음 도전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기회가 없었는지, 아니면 만족스러운 작품이 없었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를 알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저를 봐주는 분들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드라마가 효과적이라고 여겼고, 나중에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이 있었다. 배우로서 저를 다듬고, 제 파운데이션에 물을 주는 기간이었다. 그리고 타이밍, 운 좋게 '전독시'를 만났다."
- 판타지 장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제가 '홍천기', '어비스' 등 판타지 요소가 있는 장르를 꽤 했다. 판타지를 좋아한다.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다 좋은 작품에 에너지를 쏟고 잘 만들고 싶었다."
- 연달아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했는데 그런 지점이 해소가 됐는지, 또 배우로서 성장 포인트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렇게 에너지를 쏟으면서 만들 수 있구나', 집요하게 할 때 완성도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훨씬 더 깊이감 있는 캐릭터 연구를 하게 됐고 극의 전체적인 것을 보게 된 것 같다. 모든 것을 쏟아낸 작품이라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느껴졌으면 좋겠다."
- '전독시' 개봉과 함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한 소감이 어떤가?
"시기가 겹친 건 신기하다. 이렇게까지 붐일지는 몰랐다. 저는 재미있어 보이는 프로젝트라 참여했는데 얼떨떨하다. '두 작품의 주역으로서 어떻냐'라고 하시면 별생각이 없다. 저는 흥미가 가고 심장이 끌려서 한 것뿐이다. 진우가 멋있었고 대본이 재미있었다."

- 목소리 연기는 처음인데, 어떻게 작업했는지 들려달라.
"제가 알기로는 감독님이 '사내맞선'을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제가 영어를 하다 보니 하게 된 것 같다. 저는 옆에서 저를 찍는 카메라가 영상통화 카메라인 줄만 알았다. 제 표정을 따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편안하게 연기했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상대 보이스는 다 되어 있어서 그걸 들으면서 연기했다. 감독님이 두 분이신데, 안효섭 고유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고 디테일하게 잡아갔다."
- 글로벌에서도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배우인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기대하는 바가 클 것 같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이 너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 배우 인생에서 주목적은 아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건 계속 지킬 것 같다. 만약 "할리우드 진출을 하고 싶냐"라고 한다면 모르겠다. 그쪽의 작품 제안이 왔을 때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면 할 거다. 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떤 환경이든 제가 걸어온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 작품 선택 기준, 걸어온 길은 어떤 것인가?
"유치할 수 있지만 감사하게도 심장이 끓어오르는 작품을 선택했다. 부수적으로 제작사나 감독님, 플랫폼을 다 떠나서 제가 끌리는 것이 저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할리우드는 저에게 고민 요소가 아니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심장이 끌리는 캐릭터가 있다면?
"'건축학개론' 납득이 같은 연기는 제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연기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 톤, 분위기가 있고 그걸 최대한 강조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배우라면 결국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미디도 너무 하고 싶어서 언젠가는 꼭 하려고 한다."
![배우 안효섭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프레젠트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9f5db8db83649a.jpg)
- 속편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감독님 머릿속에는 당연히 있는 것 같다. 시장의 상황, 결과에 따라서 결정되는 부분이지만 소망은 있다. 저도 독자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 '케데헌' OST가 워낙 인기라 오스카 수상에 대한 가능성도 거론이 되고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
"저는 오스카라는 단어가 나올 줄 몰라서 신기하다. 저는 관망 중인데,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저는 다 좋아한다. '소다팝', '골든' 다 너무 좋다."
- 데뷔 10주년이 됐는데,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는 소회는 어떤가?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는데 체감이 되지는 않는다. 스스로에게 묵묵히 잘 걸어왔다고 토닥여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운데이션을 잘 다져왔으니 물을 뿌리고 잘 자랄 시기다.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 저의 행보를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 '전독시'를 볼 관객들에게 재미 포인트를 전한다면?
"K콘텐츠가 글로벌하게 확장되는 시기에 이런 도전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큰 IP가 있는 작품이니까, 이런 도전 정신을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다. 연기한 배우로서는 개인적으로 너무 흥미로웠다. 어룡에게 잡아먹히고 도깨비와 소통하고 나름 자신감을 얻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굉장히 빠른 속도감으로 영화가 진행되니, 독자라는 인물에 탑승만 하면 롤러코스터처럼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더운 여름 두 시간 동안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느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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