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장동윤이 장편 연출작 '누룩'으로 부천을 찾아 관객들을 만났다.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그에게 배우들은 깊은 신뢰를 전했다.
영화 '누룩'이 6일 오후 부천 CGV소풍에서 첫 상영 됐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메리 고 라운드' 섹션에 공식 초청된 '누룩'은 전통 막걸리 양조장을 배경으로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장동윤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아버지(박명훈 분)와 함께 양조장을 운영해온 다슬(김승윤 분)이 오랜 세월 간직해 온 '누룩'을 잃어버리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내면의 변화를 그린다. 이 작품은 단순한 발효 소재를 넘어 '과거와의 화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공식 상영 후 진행된 GV(관객과의 대화)에는 장동윤 감독과 배우 김승윤, 박명훈, 송지혁, 이형주가 참석했다. 장동윤은 '누룩'의 의미에 대해 "시를 쓸 때도 저는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해석하는 건 제 취향이 아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줄 때도 상세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라며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믿음의 실체와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믿고 살아가는 다슬과 그를 바라보는 가족, 주변인을 통해 믿음과 생각을 통해 태도가 변하고 결국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에서 해소되는 걸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다슬 역을 맡은 김승윤은 "어제 대본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더 새로운 영화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라며 "연기할 때 정신없이 영덕에 같이 살다가 감독님의 디렉션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회사에 대본이 왔을 때도 다들 잘할 것 같다고 했고, 저도 대본이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고 끌리더라"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나는 이게 없으면 죽는데, 그 믿었던 것이 사라졌을 때의 감정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라며 "저에게 '누룩'은 성경에서 말하는 복음이다. 진리와 복음은 하나라는 믿음이 있어서 막걸리 이야기지만 복음이라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믿음과 신념이 사라졌을 때의 상태, 사람들의 반응, 친구들마저도 몰라줄 때의 가슴 저리는 아픔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극에서 "살고 싶어서 이러는 거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제가 연기할 때 "사는 것처럼 살아"라고 적었더라. 살기 위한 마음에 와닿았던 대본이고 하루하루가 감사해서 촬영하며 숙소 와서 울기도 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찍었고, 생각과는 다른 영화지만 메시지는 생생하게 전달됐다"라고 전했다.
박명훈은 "저에게 '누룩'은 장동윤 감독이다. 다른 작품을 같이 했는데 제가 떠올라서 만들었는데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라며 "시나리오를 보고 잘 모르겠어서 질문을 했는데 여러 번 보니까 신념, 믿음이 떠오르더라"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극 속 인물에게 '누룩'은 가족 간의 믿음이다. 연기할 때도 믿음으로 바라봤다"라고 고백했다.
다슬의 오빠인 다현 역의 송지혁은 "다현이는 현실 프레임을 잡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믿음, 환상을 가진 다슬과는 대비된다. 거기에 집중하면서 연기했다"라며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받아들이게 된다. 인간의 모순과 닮아있다"라고 말했다. 또 "저에겐 누룩 바구니가 더 큰데, 죄책감과 억눌린 감정의 트리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장동윤은 "잘 받아들인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자 역을 맡은 이형주는 "기자 입장에서 봤을 때 다슬이가 진실에 가려질 수 있는 약자라고 생각했다"라며 "주변에선 미쳤다고 하지만 기자라면 보이지 않지만 진실을 찾아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인물의 특징을 설명했다.

배우이기도 한 장동윤은 "저는 생각을 많이 하고 연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표현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서 제가 그럴만한 처지는 아니지만 다슬, 다현 두 분을 쉬는 날 따로 불러서 레슨도 했다"라며 "화가 나면 화를 내는 식으로 표현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설명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승윤은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크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고, 재미있는데 메시지가 묵직하다고 느꼈다. 또 한다면 반드시 하는구나 했다"라며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의심하지 않고 할 수 있어서 편했다. 사실 레슨도 기분 나쁠 뻔했지만 모호한 것이 아니라 "호흡 좀 뺄 수 있어?", "죽을 것 같이 숨 쉬듯 말할 수 있어?" "100으로 해줄 수 있어?" 등 테크니컬한 디렉션이 명쾌해서 좋았다"라고 감독 장동윤에 대한 믿음을 고백했다.
또 장동윤은 "프리 프로덕션 때는 주변 감독님께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지금보다 더 모호했던 것 같은데, 이 영화는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영화가 아니고 관객들이 많이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라며 "사람마다 가진 믿음을 직접적으로 대사를 통해 표현할 수도 있지만, 핵심 메시지를 전달할 때 어느 정도로 친절도를 가져가야 하는지 조율하는 것이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송지혁은 "작품으로 부천영화제는 8년 만에 왔다. 늘 다른 배우들의 작품을 보며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장편으로 오니까 좋다"라며 "엔딩크레딧 올라가는데 많이 울컥했다. 장동윤 형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승윤 역시 "이 작품을 하게 됐을 때 신기하고 감사했다. 주인공으로 끌고 가는 역할은 시작이 어렵다. 누가 시켜줘야 하는 건데, 경험이 없어서 어렵다는 말을 할 때 억울하기도 하더라"라며 "잘 맞는 배우들을 다 모았다고 했었는데, 감독님의 픽을 믿고 해야겠다 생각했고 감사했다. 정말 가족같이 재미있게 찍었다. 이렇게 기회를 주신 것이 감사하다"라고 감격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사실 감독님은 가만히 있어도 잘 사실 것 같은데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연출 많이 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덧붙여 모두를 웃게 했다.
장동윤 "영화 보러 와주셔서 이 영화가 수많은 사람의 고생으로 만들어졌다. 개봉까지 갈 길이 먼데, 사랑하고 응원해주셔서 개봉했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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