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완 기자] 포항은 지난 수십 년간 영일만을 사이에 두고 통행의 고통을 감내해 왔다. 산업은 자라나고, 도시는 팽창했지만, 동해를 가로지르는 단 하나의 교량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우리는 인내해 왔다.
그래서 '영일만대교'는 단지 하나의 도로 건설사업이 아니라, 포항시민이 수십 년을 기다려 온 교통 인프라이자, 경북 동해안권의 미래를 열어줄 국가기간 사업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2025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영일만대교' 공사비 1821억 원 전액을 삭감했다. 명분은 '불용 가능성'. 국토부가 아직 노선 확정을 못 했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알고 있다. 이건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인 것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걸었던 '영일만 횡단 대교 적극 추진'이라는 현수막이 포항 전역에 걸렸던 그 순간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고 대통령 당선 후 불과 20일 만에 그 공약은 사라졌다. 정부는 약속을 잊었다. 국민은 잊지 않았다.
'영일만대교'는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포함되었고, 이후 고속도로 건설계획에도 명시된 명백한 국책사업이다.
대구와 울산을 잇는 동해안 초광역 경제권의 핵심 축이며, 포항과 영덕, 동해 남부권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되는 마중물이다. 물류, 관광, 산업, 재난 대응까지 수많은 기대 효과가 실증 자료로도 확인된 사업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방의 절박한 꿈을 예산의 이름으로 잘라냈다. 삭감된 예산은 어디로 갔나? '전 국민 민생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전환되었다. 국민 용돈을 지급하겠다는 그 결정 뒤에, 포항의 꿈은 말없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묻는다.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손에 쥐고 싶었던 선물은 무엇이었나? 당선 기념 '국민 용돈'인가? 아니면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국민과의 신뢰'였나?
지금 정부는 두 번째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리고 우리에게 첫 번째 선물만을 강요한다. 국민은 선물이 아니라 약속을 원한다. 포항은 시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답해야 한다. 도대체 어느 기준으로 사업을 선택하고, 어느 기준으로 지방을 버리는 것인가? 수도권은 한 해 수십조의 SOC 예산이 투입되고, 신공항과 광역철도가 순식간에 추진되는데, 포항과 영일만은 예산이 없다는 말만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에게 성실해야 한다. 대선 당시의 약속은 단지 선거용 말이 아니다. 그것은 그 지역의 삶에 대한 책임 선언이다. 포항시민은 이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포항을 위해 싸우는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역 언론, 시민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정치가 아닌 행정이, 말이 아닌 예산이 이 약속을 증명해야 한다.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영일만대교 건설 예산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원상회복하라. 그것이 국민과의 최소한의 도리이며, 지방을 대하는 국가의 기본자세다.
지금은 단지 다리 하나를 놓는 것이 아니다. 지방의 미래를 놓는 일이다. 포항의 생존권, 경북 동해안의 생명줄, 그리고 국민과 약속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영일만대교', 포항의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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