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일, KBO 리그 사무국은 국내 프로야구가 294경기 만에 누적 관중 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종전 최단 기록이었던 2012년보다 38경기나 앞당긴 수치로, 지금의 야구 인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문화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이제 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공간이 아니다. 치맥은 기본, 햄버거, 피자, 꼬치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들이 경기장 외곽을 채우며, 야구장은 어느새 '미식 스트리트'로 변모했다. 팬들은 경기 관람 그 자체뿐 아니라, 그 안에서 먹는 경험을 즐기며 하루를 소비한다.
![배우 채원빈이 지난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https://image.inews24.com/v1/a3aaa854580584.jpg)
이와 함께, 야구장에서의 응원 문화 역시 패션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니폼, 모자, 페이스 페인팅은 물론, 신발 하나까지 팀 컬러로 맞추는 응원 스타일링(Cheer Styling)이 MZ세대 사이에서 새롭게 자리 잡았다. 야구장은 이제 팀 사랑과 개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패션 무대가 되었고, SNS에는 '야구장 OOTD'가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야구 유니폼이 있다. 각 구단의 유니폼은 단순한 경기복이 아니라 팀의 역사와 기업 이미지, 브랜드 철학이 녹아든 하나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 스타일은 크게 클래식(Classic), 모던 스트리트(Modern Street), 레트로(Retro)로 구분된다.
두산 Bears의 곰(bears)은 힘과 인내의 상징으로 OB베어스 시절부터 두산 그룹의 강인함과 전통을 반영한 클래식함을 강조하는 정장형 유니폼이 MLB 스타일의 유니폼이다. MLB 스타일은 전통적인 정장미, 슬림한 핏, 세로 줄무늬인 핀스트라이프(pin-striped), 흰색에 포인트 1~2색의 조합을 기본으로 한다. 특히 가슴 중앙의 팀명을 새기는 레터링(lettering)이 특징이다.
SSG Landers는 인천의 랜드마크(Landmark)를 의미하며, 착륙자(Landers)로서 새로운 야구 문화 창조를 상징하기 위해 2021년 SK에서 SSG로 변경한 팀명이다. Landers의 레터링은 UFO테마의 느낌을 L자 로고로 강조하며 'Let's Go Green'의 슬로건으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모던 스트리트 스타일이다. 루즈한 오버핏, 굵은 레터링, 그래픽 요소 추가에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며 MZ취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LG Twins는 원래 MBC 청룡이었으나, LG 그룹이 인수하면서 1990년 Twins(쌍둥이)로 변경, LG 그룹 로고(두 얼굴)에서 착안한 팀명이다. KT Wiz는 디지털의 마법사(Wizard)에서 유래하여 스마트하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스트리트(Street) 스타일의 유니폼에 해당한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 Eagles는 하늘을 지배하며 도전 정신과 리더쉽을 상징하는 독수리를 1986년 팀 창단 때부터 사용하고 있으며 클래식 MLB 스타일로 야수다운 정통이미지와 오렌지 색 유니폼이 특징이다.
레트로 스타일은 팀의 과거 유산을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빈티지 로고를 통해 팬들과 정서적 연결을 시도하며 롯데 자이언츠가 대표적인 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야구 패션이 세계적인 스포츠 스트리트 트렌드와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축구 팬에서 시작된 블록코어(Blokecore) 룩은 영국 축구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트 패션으로, 축구 저지에 트랙팬츠(track pants), 스니커즈(sneakers), 버킷햇(bucket hats) 등을 매치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야구 스트리트 패션은 오버핏 야구 저지, 로고 중심 티셔츠, 레이어링된 셔츠나 점퍼 등으로 구성되어 조금 더 구조적이고 팀 중심적인 면모를 보인다.
블록코어가 거리의 축구팬 감성이라면, 야구 패션은 경기장을 런웨이로 바꿔놓는 응원자의 감각이다. 둘 다 스포츠 기반의 스트리트 룩이지만, 야구는 좀 더 정제되고 상징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야구는 이제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이다. 먹고, 입고, 사진을 찍고, 소통하는 복합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으며, 야구장은 어느새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응원은 소리치는 행위가 아닌, 팀을 향한 애정과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되어 유니폼은 패션, 야구장은 런웨이가 되고 있다.
![배우 채원빈이 지난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https://image.inews24.com/v1/1d33d3860ea3e4.jpg)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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