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제훈이 '소주전쟁'에 진심을 담았다. 학창시절 아버지를 떠올리며 깊이 공감하고, 첫 호흡을 나눈 유해진의 유쾌한 매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매 순간 열정을 다하는 이제훈의 장점이 '소주전쟁'에도 한껏 묻어났다.
지난 30일 개봉된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종록(유해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제훈)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다.
![배우 이제훈이 영화 '소주전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63a7326424d266.jpg)
1997년 IMF 외환위기, 독보적인 맛으로 전국을 평정했던 국보소주가 자금난에 휘청거린다. 이 타이밍을 눈여겨보던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직원 인범은 국보소주 매각을 위해 회사에 접근하고, 국보소주가 곧 자신의 인생인 국보그룹의 재무이사 종록은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스마트한 인범에게 오롯이 의지한다. 한평생 몸 바친 회사를 지키려는 종록과 회사를 삼키려는 목표를 숨기고 종록에게 접근한 인범. 서로 다른 목적의 두 사람은 소주 하나로 점차 가까워진다.
이제훈은 글로벌 투자사 직원으로서 수려한 영어 실력과 스마트함을 뽐내는 동시에 호감 가는 비주얼, 안정적인 감정 열연으로 '믿보배'임을 입증했다. 특히 유해진과 이제훈이 만들어내는 쫀쫀한 브로맨스는 '소주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이제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소주전쟁' 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97년도 IMF 이야기를 실제 사건을 모티브를 하는 부분에서 솔깃한 소재다. 소주를 매개체로 삶의 가치관이 다른 사람의 갈등과 우정이 지금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IMF를 학창시절에 겪었고 2003년엔 20대 초반이었다. 아버지가 자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경제적 위기에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래서 남 일 같지 않고 피부로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20년이 훌쩍 지나 봤을 때 과연 달라진 부분이 뭐가 있나 싶다. 세상이 많이 발전하고 보는 시야가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도덕적 해이가 팽배한 작금에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공감하면 좋겠다. 이런 문제 제기를 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는, 이후에도 꺼내 볼 수 있는 가치 있는 영화이길 바라고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 성적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전체적인 시장 파이로는 예전보다 관객 유입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발걸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확실히 길게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보시지 않았다면 인터뷰를 보시고 극장에 오셔서 영화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영화의 깊이와 감동이 제대로 와닿는 건 극장에 앉아 좋은 사운드,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영어 대사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는데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영어도 잘 못 하는데, 영화 속에 경제 용어와 처음 접하는 생소한 말이 많았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외국에 가서 취직한 인물이지만 영어가 유창하게 잘 보이는 프로, 전문직으로 보이길 바랐다. 끊임없이 대본을 보고 영어 선생님의 가이드를 들으며 인범이 소화할 수 있는 최대치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또 최대한 빠르게 다양하게 연습하면서 완성을 해나갔다. 현장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고, 제가 쉽지 않은 대사를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셨다. 덕분에 힘들었지만 기쁘게 촬영할 수 있었다."
- 만족도는 어떤가? 할리우드 진출 생각도 있나?
"하하. 그건 모르겠다. 가능성을 봤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또 다른 도전이구나.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구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스마트하고 냉철한 인물이고, 시대에 녹아들어야 했을 텐데 서치를 해본 것이 있나?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런 사례들을 서치하면서 많이 느꼈다. IMF 위기 이후 외국 자본이 유입되고 지배 구조가 변화됐다. 금융시장이 개방된 거다. 구조적, 제도적 변화가 있었는데 우리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강화가 됐다. 우리나라 국민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피땀눈물 흘려가면서 잘 이끌고 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스토리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이 작품과 스토리를 통해 많이 느낀다. 또 제가 중학교부터 20대 초반 경험, 아버지가 노력한 시간을 통해 철이 빨리 들었다."

- 인범은 어떤 인물이라고 느꼈나?
"금융계에 연줄 없이 들어가 밑바닥부터 성장하는 걸 인범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욕망을 가진 인물인 동시에 자신이 생각하는 일의 가치관은 돈을 버는 수단이면 충분하다고 느낀다. 영화에는 편집이 됐지만, 아버지 세대가 가정, 회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안타깝고 멍청하다는 인식을 가졌다. 종록을 보면서 이중적인 느낌을 받는다. 반칙, 야욕의 인물이지만, 반칙 쓰는 사람을 보니 '이건 아니야'라며 본인의 선이 있다고 하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돈도 벌고 싶고, 양심의 가책은 상쇄하면서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 때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이길 욕심내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아버지 전사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 부분이 빠져서 인물을 이해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들려줄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종록이 인범의 아버지 같다고 생각한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회사에서 야근하고 주말도 없이 헌신하는 모습이 애틋할 수도 있는데, 인범에겐 싫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속에서 전화하며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신이 있었는데 그런 것이 빠져서 아쉽긴 하다.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유해진 선배님을 통해 충분히 투영됐고, 저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학창 시절 아버지를 떠올리며 공감하고 몰입하면서 찍었다."
- 역할 자체가 호감이 큰 인물은 아니다. 비호감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것이 있나?
"멋있어 보였으면 했다.(웃음) 영화가 진행되면서 인범에게 속는다. 주인공의 변화를 믿고 따라가고 싶었는데, 배신을 느낀다는 것의 결괏값을 시나리오 읽으면서 기대한 것 같다. 현실은 더한 상황이 많다. 경제 활동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배반을 당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속지 마시길"

- 유해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배우를 꿈꾸던 90년대 초중반, 그리고 2000년대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배우 중 한 분이 유해진 선배님이다. 이 사람의 존재가 한국영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절대 빠질 수가 없다. '주유소 습격 사건'부터 눈여겨보고 동경해왔다. 배우가 된 후 함께 작업하길 기대했는데 이번에 만나서 흥분됐다. 현장에서도 선배님은 유머러스하고 언어유희가 출중하시다. 웃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주변을 편하게 해주신다. 그와 함께 한 하루는 웃으면서 마무리되는 걸 보면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긴장감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선배님과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사석에서 볼 때도 한결같다. 저도 언어유희로 좌중을 들썩이게 하고, 웃게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본, 스토리보드에 있는 걸 정확한 계획으로 찍는데 선배님과 함께 촬영하는 신에선 그런 부분들을 깨려고 했던 것 같다. 준비한 것이 고착화되면 딱딱하게 표현된다. 그런 것을 탈피해 자유롭게 움직이고 편한 것을 찾으려 노력하시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같이 한 작업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영화에 대한 애착도 크시다. 또 다른 영화에서 다른 캐릭터로 호흡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 '소주전쟁'과 '협상의 기술'을 연달아 촬영했는데, 이를 통해 삶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생긴 것이 있나?
"'소주전쟁'을 하고 나서 '협상의 기술'을 만났는데, 배우로서도 삶을 탐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몰두하고 사는지 생각하게 된다. 내 인생이 어떻게 될 것인가 불확실성 또한 작품 선택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흔하지 않은 소재인 '협상의 기술'과 '소주전쟁'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나의 삶과 비교하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 나눌 수 있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애정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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