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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북으로 흐르는 강 <2>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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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탄광촌을 벗어난 버스는 어느새 강변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자, 낚시꾼인 듯싶은 옆자리의 노인이 또다시 허깨비처럼 중얼거렸다. 버스가 탄광촌을 들어서기 전에도 댐에 물이 들어차면 전남 제일의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둥, 땅값이 뛸 것이라는 둥 웅얼거렸던 것이다.

"지형 탓이갔다만 이 강이 우리나라 강중에서 유일하게 북쪽으로 흐르는 강, 아니갔어?"

"계속 북쪽으로 흐르다가 압록에 가서 방향을 틀디만 말이야."

압록(鴨綠). 그곳이라면 봉옥이도 번뜩 생각이 났다. 재작년에, 광주항쟁 때 죽은 남편의 위패를 태안사에 옮겨놓고 구례로 가는 길에 그곳에서 섬진강 민물고기 매운탕을 먹어보았던 것이다. 매운탕을 좋아한 남편 생각이 나 눈시울을 붉혔던, 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는 지명이었다.

"여기도 다 수몰이 될 거인데 아까운 풍경이다."

그러고 보니 노인은 혼잣말을 즐기고 있을 뿐이지 애초부터 봉옥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관북 사투리를 한두 음절씩 쓰는 것으로 보아 노인의 고향은 이북이 분명했고, 노인은 이곳의 압록에서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이북의 압록을 좇고 있는지도 몰랐다. 문득, 봉옥은 옆 자리의 노인이 아버지의 분신인 양 안쓰러웠다. 텅 빈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처럼 눈이 시렸다. 붉게 활활 타는 노을을 보았을 때처럼 가슴이 아렸다. 세월의 소용돌이에 쓱 그어진 흉터를 숨긴 채 혼자서 응어리를 달래며 살고 있는 사람 같았다.

노인이 삶은 계란을 우물거리고 있을 무렵, 봉옥은 완행버스에서 내렸다. 수몰이 될 것이라는 장터는 흡사 한차례 전쟁을 치르고 난 곳처럼 흉흉하였다. 봉옥이 다녔던 중학교 건물은 유리창이 거의 깨어진 채 휑하니 비어 있었고, 민가들은 한 귀퉁이가 헐려 있거나 아예 잡초가 돋아난 빈집이 많았다. 일본 사람들이 설계하여 지었다는 단층 목조건물의 지서도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없었다. 가게를 겸하고 있는 버스 정류장도 이주를 서두르고 있는 듯 스산하게 보였다. 봉옥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버스정류장 나무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기다리는 버스가 아직 오지 않은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봉옥은 아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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